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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편도의 추억] 여름 공포영화와 편도체의 기능

by kinghenry 2025. 8. 6.

여름은 무더위로 지치기 쉬운 계절이지만, 동시에 유난히 공포영화가 인기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더위와 공포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이지만, 뇌과학적으로 살펴보면 그 안에는 흥미로운 연관성이 존재합니다. 특히 감정과 공포를 담당하는 뇌의 편도체는 여름이라는 환경, 그리고 공포영화라는 자극에 밀접하게 반응하며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조율한다고 합니다. 공포영화에 관한 많은 썰이 있고, 그런 이야기들이 진실일지에 관한 호기심은 동서양이 마찬가지이고 연구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주제가 되어왔던 것 같습니다.  앞서 편도체와 공포에 관해 언급이 있었는데, 이 글에서는 편도체가 공포영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왜 여름이 유독 공포에 민감한 계절인지,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감정과 생리 반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과학적 관점에서 연구자들이 어떻게 접근했는지도 살펴보겠습니다.

여름, 공포영화와 편도체의 기능

무더위, 공포영화, 편도체의 삼합 : 왜 여름에 더 무서운가?

여름철에는 온도와 습도가 동시에 높아지면서 우리 몸과 뇌는 지속적인 생리적 스트레스에 노출됩니다. 이러한 환경은 뇌의 감정 중추인 편도체의 과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편도체는 감정을 감지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하며, 특히 위협적 자극에 빠르게 반응합니다. 고온다습한 날씨는 불쾌감을 증가시키고, 이는 편도체의 민감도를 높여 평소보다 사소한 자극에도 과도한 공포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입니다. 실제로 Williams et al.(2005)의 연구에서는 더운 환경에서 피험자들이 감정 자극에 대해 더 예민하게 반응하며, 편도체의 활동 수준이 증가한다는 fMRI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즉, 여름은 신체뿐 아니라 감정 회로도 더욱 예민해지는 계절이며, 공포영화는 이러한 조건과 맞물려 더 강렬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공포영화는 결국 스크린 화면인데...  왜 무섭지?

공포영화는 사실이 아닌 허구이지만, 우리 뇌는 그것을 실제 위협처럼 인식하고 반응합니다. 이는 뇌의 감정 회로가 감각 정보에 대해 신속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상에서 편도체로 바로 연결되는 ‘감정 우회로(low road)’는 자극을 인지하기 전에 자동으로 공포 반응을 유도합니다. Joseph LeDoux 박사의 연구(1996)는 이 경로를 통해 편도체가 시각피질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공포영화는 이 메커니즘을 정확히 겨냥하여 시각과 청각을 통해 관객의 편도체를 자극합니다. 이 때문에 관객은 영화가 허구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땀이 나며 실제 위협을 받는 듯한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이처럼 공포영화는 뇌를 속이는 동시에, 감정 회로를 실시간으로 훈련하는 자극물로 작용합니다.

음향 효과를 없애면 안 무섭다던데...편도체는 소리에도 겁을 낸다: 사운드 디자인의 심리학

공포영화의 음향 효과는 시각적 장면 못지않게 관객의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갑작스러운 충격음, 미세한 속삭임, 불협화음, 백색 소음 등은 모두 편도체를 직접 자극하며 위협 반응을 유도합니다. 편도체는 청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특히 예측 불가능하거나 모호한 소리는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Neuhoff(1998)의 실험에서는 급작스럽게 커지는 소리나 낮은 주파수의 진동이 편도체를 강하게 자극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공포영화의 사운드 디자인은 이처럼 뇌의 본능적 경로를 활용하여, 단순한 음향이 아닌 감정의 촉매제로 기능합니다. 소리는 시각보다 빠르게 전달되며, 뇌가 ‘무언가 이상하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첫 번째 자극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이 깔리는 순간부터 이미 무서움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가짜 공포, 후 쾌감 : 편도체와 도파민의 이중주

공포영화는 무섭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는 왠지 모를 해방감과 쾌감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단순히 긴장이 풀려서라기보다, 뇌의 감정 회로와 보상 회로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입니다. 공포 자극은 편도체를 활성화시키고, 그로 인해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일시적인 쾌감이 발생합니다. Margee Kerr 박사와 Greg Siegle 교수(2015, University of Pittsburgh)는 공포영화 관람 후 사람들의 기분 상태와 생리 반응을 측정한 연구에서, 영화가 끝난 뒤에는 심리적 각성과 집중력이 오히려 증가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는 편도체가 위험을 감지하면서 동시에 ‘위기를 잘 넘겼다’는 보상 신호를 뇌에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측좌핵(nucleus accumbens)과 같은 보상 회로가 활성화되어, 공포가 일종의 쾌락으로 전환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내 다리 내 놔"    그 땐 이상하게 더 무서웠어.  미성숙한 편도체의 영향

어린이와 청소년은 공포 자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뇌의 발달 단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편도체는 생후 빠르게 발달하는 반면, 이를 억제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전전두엽은 성인이 될 때까지 완전히 발달하지 않습니다. Thomas et al.(2001)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은 공포 자극에 노출될 때 성인보다 훨씬 강한 편도체 반응을 보이며, 이로 인해 감정 조절이 어려워진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어린이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인지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포영화나 이야기 속 자극을 실제 상황처럼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성장기에는 공포 자극에 노출될 때 그 여파가 오래 지속되며, 트라우마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공포 콘텐츠는 연령에 맞게 신중하게 선택하고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오늘 잠 다 잤다.  편도체의 악몽

공포영화를 본 뒤 잠이 잘 오지 않거나, 꿈속에서도 무서운 장면이 반복되는 경험은 단순한 심리적 여운이 아닙니다. 편도체가 여전히 각성된 상태로 수면에 진입하면서, 수면의 질 자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생리적 현상입니다. Yoo et al.(2007)의 수면과 감정 자극 관련 연구에서는, 강한 감정 자극을 수면 직전에 경험할 경우 편도체의 활동이 수면 중에도 계속 유지되며, 렘수면 단계에서 감정적 꿈의 빈도와 강도를 높인다는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악몽의 원인 중 하나로, 편도체가 위협 상황을 기억하고 경계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편도체의 과활성은 수면 중 각성 반응을 유도하여 깊은 수면을 방해하고, 수면 회복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포영화 감상 후에는 편도체의 흥분 상태를 충분히 가라앉히는 휴식과 안정이 필요합니다.

공포영화는 스트레스를 유발할까, 해소할까?

공포영화는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지만, 그 뒤에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완화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감정 정화(catharsis)’ 효과로 설명할 수 있으며, 일시적인 감정적 자극이 이후의 안정 상태를 더 크게 느끼게 만든다는 개념입니다. Cohen et al.(2020)의 실험에서는 공포영화를 자주 관람하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감정 회로가 반복적인 자극을 통해 훈련되고, 그로 인해 감정 조절 능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물론 개인차는 존재하며, 일부 사람에게는 공포 자극이 오히려 불안과 불면, 과민 반응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안전한 환경에서 경험하는 공포는 뇌의 스트레스 시스템을 잠시 활성화한 뒤, 이후 반동적 안정감을 주는 구조로 작동합니다.

영화 죠스보고 바다에 못 갔어.  공포의 기억은 왜 오래 남을까? 감정기억의 작동 방식

공포영화를 통해 경험한 장면은 유난히 생생하게 오래 기억됩니다. 그 이유는 감정이 개입된 기억이 편도체의 영향으로 해마에 강하게 각인되기 때문입니다. Cahill과 McGaugh(1995)의 연구에서는 감정적 자극을 동반한 이야기를 본 실험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이야기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상세히 기억한다는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편도체는 감정의 강도를 평가하고, 해마는 사건의 시간적·공간적 맥락을 저장하며, 이 둘이 함께 작동할 때 기억은 장기화됩니다. 공포영화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적극 활용하여, 특정 장면이나 대사, 음악 등을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기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린 시절에 본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수십 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영화에 관한 속설들과 편도체를 중심으로 한 연구가 실재하고 많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영화 애호가로서 근래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영화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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