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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전생기억 저장소] 편도체의 기능 그리고 공포

by kinghenry 2025. 8. 5.

앞서 런던 택시드라이버 편에서는 기억과 해마의 관련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인류가 생존을 위해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얼어붙기를 하게될 때는 편도체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편도체는 감정을 처리하는 뇌의 핵심 구조 중 하나로, 특히 공포와 관련된 반응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여러 신경과학 연구에서는 편도체가 인간의 생존 본능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진화적 관점에서도 매우 오래된 구조임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해마가 ‘현생의 기억’을 담당한다면, 편도체는 인간과 동물이 세대를 거쳐 이어받은 ‘전생의 감정 반응’이 저장된 구조라고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편도체의 해부학적 위치와 기능, 진화적 기원, 공포 반응의 기전, 그리고 임상적 연구 사례 등을 바탕으로 편도체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편도체란 무엇인가: 감정의 신경학적 시작점

편도체(amygdala)는 대뇌의 측두엽 내측 깊은 곳에 위치한 아몬드 모양의 회색질 집합체로, 감정 반응, 특히 공포와 불안을 처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해부학적으로는 변연계(limbic system)의 일부로 분류되며, 해마, 시상하부, 전전두엽 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편도체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 정보를 시상(thalamus)을 통해 전달받고, 그 자극이 위협적인지 매우 빠르게 평가합니다.  다시 말해, 편도체는 뇌가 위험을 직감적으로 판단하는 생존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실 수 있습니다.

진화적으로 오래된 뇌, 편도체

편도체는 진화적으로도 매우 오래된 구조로, 파충류와 초기 포유류에서도 유사한 기능을 하는 뇌 부위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는 감정 반응, 특히 위협에 대한 반응이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었음을 보여주는 근거입니다.  편도체가 포함된 변연계는 인간 뇌에서 가장 원시적이며 본능적인 부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변연계는 뇌간과 신피질 사이에서 감정, 동기, 생존 본능 등을 담당하며, 그 중에서도 편도체는 공포 반응에 가장 민감한 구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이 진화적으로 위험하다고 여겨왔던 자극들(예: 뱀, 어둠, 갑작스러운 소리 등)에 대해 편도체가 선천적으로 더 빠르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편도체가 세대를 거쳐 진화적으로 축적된 ‘감정 기억’을 저장하고 있는 구조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무서운 감정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이야기 이지요.

공포 반응의 중심, 편도체

편도체는 특히 공포 반응의 핵심 센터로 기능합니다.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시상하부(HPA 축)를 자극하여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하고, 이는 심박수 증가, 동공 확대, 근육 긴장 등의 신체 반응을 유도합니다. 이는 우리가 위협적인 상황에서 싸우거나 도망치는 ‘투쟁-도피(fight or flight)’ 반응의 시작점이 됩니다.

쥐에게 특정 소리와 전기 충격을 함께 제시하여 공포 조건화를 유도하였을 때,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쥐는 소리만 들어도 두려움 반응을 보였으며, 이 반응의 중심에 편도체가 있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들이 특정 자극(예: 냄새, 소리)에 과도한 공포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실제로 편도체가 반복적으로 자극될 경우, 일상적인 자극에도 위협으로 인식하게 되어 과도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편도체와 해마의 상호작용: 감정 기억의 생성

편도체와 해마는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감정 기억을 형성하는 데 있어 매우 긴밀하게 협력합니다. 편도체는 감정의 강도와 종류를 평가하고, 해마는 그 감정이 발생한 시간과 장소, 사건의 맥락을 기록합니다. 이 두 구조가 함께 작동할 때, 우리는 감정이 담긴 기억을 더욱 강렬하게 저장하게 됩니다.  감정이 포함된 영상이나 이야기의 경우, 감정이 없는 경우보다 훨씬 더 강하게 기억된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편도체가 해마의 활동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해마가 손상되면 감정은 남지만 그 감정을 유발한 상황이나 맥락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PTSD 환자가 특정 소리나 냄새에 강한 공포를 느끼지만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편도체의 과활성과 정신질환의 연관성

편도체의 기능 이상은 다양한 정신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PTSD, 공황장애, 우울증 등에서는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거나 전전두엽의 조절 기능이 약해져 감정의 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Etkin과 Wager(2007)의 메타 분석에 따르면, 불안장애 환자들의 뇌 영상에서는 공통적으로 편도체의 과활성이 나타났습니다.

공황장애 환자의 경우, 편도체가 내부 신체 감각(심장 두근거림, 호흡 변화 등)을 실제 위험으로 착각하여 공포 반응을 유발합니다. 우울증 환자에서도 편도체는 부정적 감정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장기적으로 해마의 위축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또한 전전두엽의 억제 기능이 약화되면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워져 일상생활의 기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감정장애를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편도체의 역할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공포의 역설: 편도체는 생존 도구인가, 일상 생활의 걸림돌인가?

편도체는 본래 생존을 위한 경고 시스템으로 진화해 왔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과도하게 반응하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전에는 맹수나 자연재해 같은 실질적인 위협에 반응하던 편도체가, 지금은 직장 내 갈등, SNS의 부정적 댓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 같은 비물리적 자극에도 똑같이 반응합니다.  감정은 고정된 회로가 아니라, 뇌가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예측하여 구성하는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편도체의 반응도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경험, 학습,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편도체의 공포 반응은 무조건 억제하거나 제거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조절해나가야 할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공황장애나 PTSD를 겪는 분들에게 편도체의 이해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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