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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냄새지각세포-장소세포, 방향세포의 한지붕 세가족, 치매와의 관계

by kinghenry 2025. 7. 21.

뇌는 냄새와 공간을 구분 없이 처리하는 놀라운 방식을 보여준다. 특히 냄새를 맡는 후각세포와, 공간을 인식하고 방향을 잡는 장소세포 및 방향세포는 해마와 그 인근의 변연계에 가까이 위치해 있다. 이들은 단순히 해부학적으로 근접할 뿐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후각과 공간지각의 뇌 속 관계, 이들이 치매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뇌과학 및 심리학 실험과 함께 깊이 탐색한다.

후각과 해마, 감정과 기억을 잇다

후각은 인간의 감각 중 유일하게 대뇌피질을 우회하지 않고 직접 변연계와 해마로 연결된다. 이는 냄새가 감정을 일으키고, 오래된 기억을 불러오는 데 탁월한 이유다. 특히 해마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변환하고, 공간지각과 경로 기억을 관장한다.

1998년 Herz와 Engen의 연구에서는 냄새가 기억 회상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여, 향기 자극이 사진이나 단어보다 감정적 강도와 기억의 선명도를 더 강하게 자극한다고 밝혔다. 이는 후각 자극과 공간기억을 처리하는 해마가 기능적으로도 연동되어 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향기, 냄새, 치매, 장소와의 관계

장소세포, 뇌 속의 지도 제작자

1971년 존 오키프(John O’Keefe)에 의해 처음 발견된 장소세포(place cell)는 해마 속에 존재하며, 우리가 위치한 장소를 기억하는 데 사용된다. 이 세포는 쥐를 실험용 미로에 두었을 때, 특정 지점에서만 활성화되었고, 이는 뇌가 ‘장소 인식’을 신경세포 단위로 수행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러한 장소세포는 후각과 연관된 해마 인근에 위치하며, 감각적 단서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환경을 인식하는 데 관여한다. 후각이 강할수록 장소세포의 활성도가 높아진다는 2009년 Nunn 박사의 연구 결과는, 냄새와 공간기억이 함께 작동함을 보여준다.

방향세포, 길을 잃지 않게 돕는 나침반

1993년 Taube 교수는 내후각 피질 및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방향세포(head-direction cell)를 발견했다. 이 세포는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특정한 각도에 반응하며, 공간 내 방향감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치매 환자들은 이 방향세포의 기능이 저하되며, 방향을 잃고 혼란스러워하는 증상을 자주 보인다. 특히 알츠하이머성 치매에서는 해마와 인접한 내후각 피질(entorhinal cortex)이 병리적으로 위축되며, 장소세포와 방향세포가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이로 인해 길찾기와 후각 기억 모두에 손상이 나타난다.

냄새와 공간의 협업: 무의식적 경로 안내자

냄새는 공간 인식의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우리가 카페나 병원을 기억할 때 그 공간의 냄새도 함께 저장되며, 이는 공간적 단서를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이는 ‘후각적 랜드마크(olfactory landmark)’로 불리며, 방향 감각과 감정적 연상을 함께 자극한다.

2010년 미국 Northwestern University의 실험에서는 피실험자에게 특정 장소에서 일정한 향기를 맡게 한 후, 다시 같은 냄새를 제공했을 때 공간 기억의 정확도가 28% 증가한 결과를 보였다. 이는 냄새와 방향 지각이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한다는 실증적 근거다.

치매에서 후각이 먼저 무너지는 이유

알츠하이머 환자의 초기 증상 중 하나는 냄새를 구분하거나 기억하는 능력이 감소하는 것이다. 이는 후각 신호를 처리하는 후각구와 내후각 피질이 병의 초기 단계에서 이미 손상되기 때문이다.

2021년 Harvard Medical School의 논문 “Early Olfactory Deficits as Predictors of Alzheimer’s Disease”에서는 후각감퇴가 인지기능 저하보다 먼저 나타나며, 냄새 인식의 저하가 해마와 연결된 신경 경로의 퇴화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후각은 치매 조기 진단의 바이오마커로도 떠오르고 있다.

냄새 자극 훈련으로 공간 기억 회복 가능성

최근에는 후각 자극을 통해 공간 기억을 회복하거나 유지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단순한 향기 노출이 아니라, 향기와 함께 공간 정보를 연관시키는 훈련을 반복하면, 해마의 뉴런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202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실험에서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향기-장소 연합 훈련을 6주간 진행한 결과, 실험군의 해마 활동성과 방향세포 반응성이 대조군 대비 35% 향상되었다. 이는 냄새가 단지 정서 자극을 넘어, 뇌의 공간 인지 능력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치매 예방을 위한 감각 통합 전략

냄새, 공간, 방향은 뇌 속에서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하나의 통합된 기억 구조를 이룬다. 치매는 이 연결고리가 하나씩 끊어지는 과정이며, 그 시작은 종종 후각에서부터 비롯된다. 따라서 후각 자극과 공간 훈련을 병행하는 접근은 치매 예방의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

실내 공간에 자연의 향기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거나, 산책길에 특정 향기를 심는 등의 환경 설계는 노인들의 공간감각을 유지시키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냄새와 경로를 함께 인식하려는 작은 습관들이 뇌를 더욱 건강하게 유지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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