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일상 속에서 많은 이들이 느끼는 만성 피로는 때로 원인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이 마음의 탈진인지, 몸의 고갈인지는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기능의학과 정신의학은 각각의 접근을 통해 그 실체에 다가서려 합니다. 이 글에서는 공식적으로 진단 가능한 번아웃(Burnout)과 논란 속에서도 꾸준히 회자되는 아드레날린 퍼티그(Adrenal Fatigue) 개념을 비교하며, 특히 오후 시간의 티타임 피로와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몸과 마음의 탈진이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를 살펴봅니다.
아드레날린 퍼티그란 무엇인가
아드레날린 퍼티그는 기능의학에서 제기한 개념으로, 장기간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부신(adrenal gland)이 과도하게 혹사당해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분비 능력이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생리적 피로 증상이 나타난다는 주장입니다. 이 용어는 1998년 제임스 L. 윌슨 박사(James L. Wilson)가 저서 『Adrenal Fatigue: The 21st Century Stress Syndrome』에서 처음으로 대중화했습니다. 피로, 수면장애, 당 갈망, 집중력 저하 등이 주 증상이며, 특히 “오후에 심한 피로가 몰려온다”는 공통된 패턴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이론은 2016년 브라질 상파울루 의과대학의 Fernando Marquez 박사팀이 수행한 58개 논문에 대한 체계적 검토 결과, 의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으며 진단 기준과 생리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BMC Endocrine Disorders, 2016).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환자들은 이와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으며, 대체의학과 기능의학 진영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임상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번아웃은 왜 진단 가능한가
번아웃은 심리적·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정서적 탈진, 냉소, 직무 효능감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는 심리적 탈진 증후군입니다. WHO는 2019년 ICD-11을 통해 번아웃을 공식 질병 분류 항목으로 등재하였으며, 이는 주로 직무 관련 맥락에서 발생하는 만성 스트레스로 정의됩니다. 1974년 프라이덴버거(Herbert Freudenberger) 박사가 처음 이 개념을 제시했고, 이후 수많은 연구를 통해 그 실체가 입증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2012년 독일 뮌헨 대학의 피터 슐츠 박사(Peter Schulz)는 번아웃 환자들에게서 정상인 대비 낮은 코르티솔 수치가 일관되게 관찰된다고 보고했습니다(Journal of Psychosomatic Research, 2012). 즉, 심리적 스트레스도 생리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번아웃과 아드레날린 퍼티그가 겹치는 생리적 경로를 통해 설명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오후 티타임, 단순한 습관이 아닌 신체의 경고
오후 3~5시경 커피나 단 간식을 찾는 행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루틴처럼 여겨지지만, 기능의학적 관점에서는 코르티솔 리듬의 하강 구간과 혈당 저하에 따른 생리적 반응으로 해석됩니다. 코르티솔은 아침에 최고조에 달하고, 오후가 되면 점차 감소합니다. 특히 오후 4시 전후는 하루 중 코르티솔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점으로, 집중력 저하, 졸림, 무기력, 단 음식에 대한 갈망 등이 증가합니다. Martens 외 연구팀은 2010년 발표한 연구(Psychoneuroendocrinology)에서, 오후 코르티솔 저하 시간대에 저혈당성 인지기능 저하와 피로가 동반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곧, 오후 티타임이 단순한 기호나 습관이 아니라, 부신 피로와 에너지 대사의 불균형이 반영된 생체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드레날린 퍼티그, 번아웃 공통점, 차이점(생리적 피로 vs 심리적 피로)
두 증후군은 피로, 수면장애, 무기력 등의 증상에서 공통점을 보이지만, 발생 경로와 진단 방식은 명확히 다릅니다. 아드레날린 퍼티그는 부신 기능 저하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을 중심으로, 번아웃은 정신적 탈진과 감정 소모를 중심으로 설명됩니다. 진단 측면에서도 아드레날린 퍼티그는 객관적인 검사 지표 부족으로 인해 정식 진단명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번아웃은 ICD-11에서 명확한 진단 기준을 제시합니다. 2015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번아웃과 부신피로는 서로 구분되지만 HPA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의 기능 저하라는 생리적 메커니즘을 공유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Canadian Journal of Psychology, 2015). 이는 곧, 정신적 피로가 생리적 고갈로 전이되거나, 반대로 몸의 에너지 고갈이 감정적 탈진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회복을 위한 접근: 기능의학과 심리치료의 접점
아드레날린 퍼티그에 대한 기능의학적 접근은 주로 식이 조절, 아답토젠 섭취, 수면 위생, 스트레스 완화를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로디올라, 아슈와간다 같은 허브와 마그네슘, 비타민 B군, 오메가-3 지방산 등이 자주 추천되며, 생활리듬을 안정시키는 것이 핵심 전략입니다. 반면 번아웃은 심리치료(CBT), 조직 구조 조정, 감정노동 감소, 충분한 휴식 등이 핵심 대응 방식입니다. 2020년 캐나다 웨스트브룩 기능의학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12주간의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식이요법, 명상, 수면 교정)을 시행한 결과, 참가자의 자가보고 피로 점수가 평균 72% 감소했습니다(Westbrook Institute, 2020). 이는 심리적 요인과 생리적 요인이 상호 작용하는 스트레스 질환에 대해 다층적 접근이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한국적 맥락에서의 이해. 야근, 밤샘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한국 사회는 과도한 업무 강도, 학습 스트레스, 감정노동 등의 구조로 인해 심신 탈진 상태가 만연한 환경입니다. 번아웃은 직장인과 학생, 양육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며, 아드레날린 퍼티그와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도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신허(腎虛)’, ‘기허(氣虛)’, ‘간울(肝鬱)’ 등으로 해석합니다. 2018년 논문에 따르면,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 환자에게 육미지황탕과 귀비탕을 6주간 처방한 결과, 자가 피로 척도(FSS)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보고되었습니다(한방신경정신과학회지, 2018). 이는 서양의 기능의학적 모델과 동양의 기허·신허 이론이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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