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는 인간의 뇌 활동을 이해하는 중요한 지표로, 델타, 세타, 알파, 베타, 감마와 같은 명칭으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주파수만 놓고 보면 가장 느린 델타파가 먼저 오고, 그다음 세타, 알파, 베타, 감마 순으로 배열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실제 명칭은 발견 순서와 학문적 관습에 의해 정해져 있어 주파수와 이름의 순서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뇌파의 주파수와 명칭이 왜 다르게 정리되었는지, 그 역사적 배경과 과학적 맥락을 탐구합니다.

뇌파 발견의 역사와 알파파의 출발
뇌파 연구의 시작은 1920년대 독일의 정신과 의사 한스 베르거(Hans Berger)에서 비롯됩니다. 그는 인간의 두피에서 전기적 활동을 측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으며, 1929년 EEG(Electroencephalography)라는 방법을 발표했습니다(Berger, 1929). 그의 연구에서 가장 먼저 주목된 것은 8~13Hz의 리듬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베르거는 이를 ‘알파파(Alpha wave)’라 불렀는데, 그리스 문자의 첫 글자인 알파(α)를 차용했습니다. 그 당시 연구자들은 전혀 새로운 생리학적 리듬을 기록한 성과를 상징적으로 ‘처음’이라는 의미로 명명했고, 이것이 이후 뇌파 명칭 체계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주파수 크기에 따른 체계적 분류가 아닌 발견의 순서가 이름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베타파의 발견과 알파 이후의 명칭 부여
알파파 이후 연구자들은 보다 빠른 주파수 대역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알파보다 빠른 13Hz 이상의 활동을 베르거는 ‘베타파(Beta wave)’라고 명명했습니다. 이는 알파의 다음 글자 β를 사용한 단순한 연속성이었으며, 주파수의 높고 낮음보다는 발견된 순서에 따른 그리스 문자 체계가 적용된 것입니다. 당시 뇌과학은 아직 초기 단계였고, 연구자들은 뇌파를 정밀하게 주파수 단위로 체계화하는 것보다, 새롭게 발견한 리듬을 기존 명칭 체계와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구분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때문에 느린 파동이 뒤늦게 발견되더라도 알파와 베타보다 먼저 배치되지 않고, 남은 문자들에서 선택해 붙여졌습니다.
델타와 세타파의 후발적 명명
뇌파 연구가 확장되면서 연구자들은 더 느린 대역의 파동을 발견했습니다. 그중 0.54Hz의 가장 느린 파동을 델타(δ)라고 불렀고, 48Hz의 리듬은 세타(θ)라고 명명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알파보다 낮은 주파수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알파와 베타라는 명칭이 선점되어 있어 알파 앞에 새로운 기호를 붙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대신 그리스 문자 중에서 델타와 세타를 택했는데, 이는 당시 연구자들이 명칭의 일관성을 중요시했기 때문입니다. Lowet et al.(2016)은 느린 뇌파가 기억과 학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주었지만, 명칭 자체는 주파수의 크기보다는 역사적 발견 순서의 산물이었습니다.
감마파와 고주파 연구의 진전
알파와 베타 이후, 뇌파 연구가 심화되면서 30Hz 이상의 고주파 활동도 기록되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새로운 대역을 감마(γ)파라고 불렀습니다. 감마는 알파와 베타 이후의 문자로, 단순한 문자 연속성을 따른 것입니다. Tallon-Baudry와 Bertrand(1999)의 연구에서는 감마파가 지각, 기억 통합, 주의력과 같은 고차원적 인지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명칭만 놓고 보면 알파보다 빠른 파동임에도 ‘세 번째 문자’로 분류되면서 주파수 순서와 명칭의 순서 간 괴리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이는 뇌파 명칭 체계가 처음부터 과학적 정합성보다는 발견 당시의 순차성과 상징성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명칭 체계의 비과학적이면서도 역사적인 이유
뇌파의 명칭이 주파수와 순서가 맞지 않는 이유는 과학적 원칙보다는 ‘역사적 우연’과 ‘학문적 관습’의 결과입니다. Berger(1929)는 알파와 베타라는 이름을 정하면서 주파수 전 범위를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연구자들은 새로운 대역을 발견할 때마다 이미 사용되지 않은 그리스 문자를 붙였고, 그 결과 델타와 세타처럼 주파수상으로는 앞에 와야 할 파동이 뒤에 배치되었습니다. 즉, 체계적인 분류 체계가 아니라 발견의 맥락과 시대적 연구 환경이 우선적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이것은 과학의 발전 과정에서 명칭 체계가 반드시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인 순서를 따르지 않는 좋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현대 뇌과학에서의 뇌파 명칭 해석
오늘날 뇌파 연구에서는 델타, 세타, 알파, 베타, 감마라는 명칭이 고정된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주파수 순서와 명칭의 순서가 다르다는 사실은 연구자들에게 큰 혼란을 주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각 주파수 대역이 가지는 생리학적 의미와 인지적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델타는 수면과 회복, 세타는 창의적 사고, 알파는 안정적 각성, 베타는 집중과 불안, 감마는 인지 통합과 연관됩니다(Buzsáki & Draguhn, 2004). 명칭이 역사적 산물이라 하더라도, 현대 연구는 이를 기능적 맥락에서 해석하며 활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뇌파의 이름은 발견 당시의 우연성과 연구 전통의 결과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학문적으로 타당합니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세타라는 뇌파 명칭은 발견의 역사적 순서와 그리스 문자의 차용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주파수의 크기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주파수만 기준으로 하면 델타가 가장 먼저 와야 하지만, 실제로는 알파가 처음 명명되었고 그 연속성에 따라 베타, 감마가 이어졌습니다. 델타와 세타는 뒤늦게 추가되었으므로 순서가 어긋나게 된 것입니다. 이는 과학적 체계화보다는 당시 학문적 전통과 발견 과정이 명칭을 결정지었음을 보여줍니다. 뇌파 연구는 이후에도 기능적 의미와 생리학적 역할에 더 집중하며 발전해왔고, 오늘날 우리는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면서도 이를 표준화된 용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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