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말보다 몸으로 더 많은 것을 표현한다. 특히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자세나 제스처는 감정과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관찰하는 사람에게 많은 정보를 전달해 준다. 다리 꼬기의 방향 또한 예외는 아니다.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 쪽으로 다리를 꼬는가 혹은 반대 방향으로 꼬는가에 따라 상대에 대한 호감도와 심리 상태를 추측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행동심리학과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연구를 바탕으로 ‘다리꼬는 방향과 호감도’의 관계를 탐구한다.
다리 꼬기의 행동심리학적 기초
다리 꼬기(Crossed Legs)는 일상적인 자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뇌의 감정 처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심리적 안정과 방어, 혹은 개방성을 몸의 자세로 표현한다. 다리를 꼬는 행동은 흔히 심리적 긴장, 생각의 집중, 감정적 반응을 나타내며, 그 방향은 상대방에 대한 감정 상태에 영향을 받는다.
1985년의 연구(Burgoon & Hoobler)는 “다리 꼬기와 방향은 사회적 호감도 및 관계의 친밀성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상대방을 향한 방향으로 다리를 꼬는 경우 더 높은 호감과 개방적 태도를 의미하며, 반대로 반대방향으로 꼬는 경우는 거리두기 혹은 무관심, 심리적 방어의 표현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른쪽 vs 왼쪽, 다리 꼬는 방향의 의미
다리를 오른쪽으로 꼬는가, 왼쪽으로 꼬는가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심리 상태, 뇌의 반응 방향, 사회적 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오른쪽으로 다리를 꼬는 경우는 좌뇌(논리,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성향과 연관되며, 논리적이거나 격식을 차리는 상황에서 자주 나타난다. 반면 왼쪽으로 다리를 꼬는 경우는 우뇌(감성, 직관)와 연결되며, 감정적 안정감이나 친밀한 상황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실제 2011년 박사 논문(“Leg crossing direction and interpersonal attitudes,” Kim, H.J.)에서는, 참가자들이 익숙한 상대와 있을 때는 왼쪽으로 다리를 꼬는 비율이 높았고, 긴장하거나 낯선 상황에서는 오른쪽으로 꼬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다리 방향이 단지 신체의 균형이 아닌, 상황 맥락에 따라 감정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상대방을 향한 다리 꼬기, 호감의 신호일까?
가장 주목할 만한 행동심리학적 포인트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다리를 꼬는가이다. 대화 중 상대 쪽으로 다리를 꼬고 몸을 기울인다면, 이는 심리적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비언어적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다리가 상대의 반대 방향으로 향하거나 몸이 멀어지는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이는 거리 유지 또는 불편함의 신호가 될 수 있다.
1977년 메라빈(Mehrabian)의 연구는 인간 커뮤니케이션에서 비언어 요소가 93%의 영향력을 차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중 몸의 방향과 자세는 감정 표현의 핵심으로, 특히 다리 꼬기의 방향은 눈보다 솔직한 감정 표현일 수 있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은 의도하지 않아도 진심을 드러내는 창이기 때문이다.
다리꼬기의 빈도와 친밀감의 관계
단순히 어느 방향으로 꼬는지를 넘어서, 다리를 자주 바꿔 꼬는 행동 자체도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다리를 자주 바꾸는 사람은 불안정하거나, 관심이 분산되어 있거나, 상대와의 관계에서 확신이 부족한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편안한 상태에서는 다리를 바꾸는 빈도가 낮고, 한 자세를 더 오래 유지하게 된다.
2014년 발표된 사회심리학 연구(Gervais & Norenzayan, “The body doesn't lie: Posture and social connection”)에 따르면, **관계의 친밀도가 높은 두 사람은 유사한 다리 꼬기 자세와 움직임의 동기화(synchrony)**가 발생한다고 보고되었다. 이처럼 다리 꼬기 빈도와 패턴은 서로 간의 유대감과 정서적 일체감을 보여주는 ‘신체적 대화’의 일부로 해석할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의 다리 꼬기 차이
남성과 여성은 다리 꼬기를 통해 다르게 감정을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자세와 감정을 더 일치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다리 꼬기를 통해 심리적 방어, 매력 강조, 또는 불편함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남성은 관계보다는 환경이나 권위에 따라 자세를 바꾸는 경향이 있다.
1998년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의 성차 연구에서는, 다리 꼬기의 방향 및 빈도가 남녀 간 사회적 역할 인식 차이에 의해 달라진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여성이 낯선 남성과의 대화에서 다리를 꼬는 빈도가 증가하면 불편함 또는 방어적 신호일 수 있으며, 남성의 경우 다리 꼬기의 변화보다 상체의 기울기 변화가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분석되었다.
무의식적인 메시지: 다리 방향의 사회적 해석
많은 사람들이 다리 꼬기를 무의식적으로 하면서도, 이 자세가 타인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자세를 해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호감 여부나 감정 상태를 추론한다. 즉, 자세가 주는 분위기나 인상은 말보다 빠르게 판단을 이끌어낸다.
특히 인터뷰, 소개팅, 비즈니스 미팅 등 첫인상이 중요한 상황에서는 다리 꼬기와 그 방향이 예상 외로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면접관이 다리를 꼬되 지원자 반대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다면, 지원자는 심리적 거리감을 즉각 느끼게 되고 위축될 수 있다. 이처럼 다리 꼬기는 말없이 감정을 전달하는 강력한 신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다리 꼬기와 의사소통의 새로운 시선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은 언어를 보완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다리 꼬기의 방향과 방식은 상대방과의 심리적 거리, 감정적 태도, 사회적 맥락을 모두 함축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신체 언어는 개인간 신뢰 형성, 사회적 유대 강화, 협상력의 판단 기준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앞으로의 연구는 다리 꼬기의 방향뿐만 아니라, 그와 동반되는 상체 기울기, 발끝의 방향, 손의 움직임과 같은 복합적인 신체 언어의 패턴 분석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감정 분석 기술이나 AI 기반 비언어 소통 시스템 개발에도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 결국, 다리 하나를 어떻게 꼬느냐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우리가 타인과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를 드러내는 비언어적 언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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