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민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재해, 질병, 가난한 이웃을 마주할 때 마음속에서 솟아나는 이타적 감정은 단순한 동정심이 아니라, 생물학적이고 심리학적인 반응이기도 합니다. 본 글에서는 연민의 본능, 도덕 감정, 그리고 '마더테레사 효과'로 알려진 이타적 감정의 생리적 영향까지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중심으로 다뤄봅니다.
측은지심은 어디에서 오는가
맹자의 사단설에서 시작된 ‘측은지심’은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솟구치는 연민의 마음을 뜻합니다. 이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타인과의 연결을 추구하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감정입니다. 심리학적으로는 공감 능력(empathy)의 핵심 요소로 간주되며, 어린 시절부터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03년 Journal of Neuroscience에 발표된 Tania Singer의 연구는 타인의 고통을 보는 것만으로도 뇌의 통증 관련 영역인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과 절전두엽(insular cortex)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는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마치 자신의 고통처럼 받아들인다는 생물학적 근거입니다. 즉, 측은지심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진화적 생존 전략으로도 볼 수 있는 인간 고유의 정서 반응입니다.

마더테레사 효과란 무엇인가?! 이타심으로 내 면역과 심장이 좋아진다??!!
마더테레사 효과(Mother Teresa Effect)는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관찰하거나 관련 영상을 시청했을 때, 인간의 몸에서 실제로 생리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1988년 David McClelland가 이끄는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마더 테레사의 자선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게 했고, 이후 타액을 채취해 면역 관련 생화학 물질인 IgA(면역글로불린 A)의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다큐멘터리를 본 집단은 IgA 수치가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이는 연민, 감동, 존경 같은 도덕적 감정이 단순한 감정을 넘어서 신체 면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증거로 해석됩니다. 마더테레사 효과는 우리가 타인의 선한 행동을 목격할 때, 내면 깊은 곳에서 신체적으로도 ‘선한 영향’을 받는다는 개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마더테레사 효과와 유사한 감정 반응이 심혈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1995년 미국 Wisconsin Medical Society의 연구팀은 감동적이고 이타적인 장면을 시청한 참가자들의 심박수와 혈압이 안정되고, 혈관의 이완 반응이 향상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보고했습니다. 해당 연구에서는 마더 테레사의 봉사 영상, 혹은 구조 활동과 같은 장면을 본 그룹과 단순한 뉴스 영상을 본 그룹을 비교했는데, 전자의 경우 심혈관계 스트레스 지표가 유의미하게 감소하였습니다. 이는 따뜻한 감정과 공감이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심장의 부담을 줄이고, 혈관 확장을 유도하는 생리 반응을 이끌어낸다는 해석이 가능하며, 특히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고혈압이나 심장병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결국 타인의 선행을 바라보는 일조차도 내 몸의 치유 반응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더테레사 효과는 단순한 심리 반응을 넘어 심장에도 이로운 감정의 약이 될 수 있습니다.
이타심은 본능인가, 학습된 것인가
인간의 이타심(altruism)은 오랜 연구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이타심도 생존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가까운 혈족에게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자신의 유전자가 보존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혈연 선택이론(kin selection)’이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문화심리학은 이타심을 사회적 규범과 학습을 통해 습득된 도덕 행동으로 봅니다. 스탠포드대학교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2007년 발표한 논문 ‘The Banality of Heroism’에서 평범한 사람들도 특정 상황에서 이타적 행동을 발현할 수 있으며, 그 기반에는 공감 능력과 도덕적 교육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이타심은 유전적 기반과 사회적 학습이 결합된 복합적인 결과로 볼 수 있으며, 마더테레사 효과는 그 결과가 생리적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감동은 몸에도 좋은가
감동을 받으면 실제로 우리 몸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IgA 수치 외에도, 감동적인 콘텐츠나 선행을 목격할 때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신체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2013년 UC버클리의 Dacher Keltner 교수는 감정적인 동영상 시청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옥시토신은 ‘신뢰의 호르몬’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타인과의 유대감 형성, 사회적 유연성 강화, 그리고 면역 기능 향상에 관여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마음을 열 때, 심리적으로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긍정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감동이 단순히 순간의 정서 변화가 아닌,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심리-신체적 반응이라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위로는 과학이다
누군가가 큰 재해를 당했을 때, “힘내세요”라는 말 한마디가 어떤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 언어적 공감 표현은 상대의 심리적 회복을 돕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2010년 University of Michigan의 심리학자 Ethan Kross는 ‘Emotion and Social Support’ 논문을 통해, 위로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고통에 대한 인지적 반응이 완화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는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친구가 다정하게 말을 건넸을 때, 뇌의 감정 관련 영역인 편도체(amygdala)의 활동이 감소하고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감정이 말로서 정리되고, 고통이 해석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진심 어린 위로는 단순한 의례가 아닌, 치유의 시작점이 될 수 있으며, 공감은 뇌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정서적 자극입니다.
SNS 시대에 마더테레사 효과의 의미
마더테레사 효과는 단순히 감정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생리 반응과 삶의 태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온라인에서는 기부 캠페인, 재해 지원 활동, 선한 댓글과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콘텐츠를 통해 연민과 이타심을 불러일으키는 방식으로 이 효과가 나타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 세계에서 의료진의 헌신 장면이 공유되며 ‘마음의 면역’을 얻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처럼 선한 행동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뇌와 몸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연쇄 반응을 만들어내며, 공감과 위로는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심리적 백신이 됩니다. 작게라도 실천하는 행동, 예를 들어 모금 참여, 자원봉사 신청,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표현 등은 정서적 반응을 행동으로 전환하는 매개가 됩니다. 2015년 Positive Psychology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Barbara L. Fredrickson 등은 지속적인 감정 기록과 연민 기반 행동은 자기 효능감과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연민은 감정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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